[공포괴담] [번역괴담] 리조트 아르바이트 (4)
IP :  .100 l Date : 18-05-09 13:03 l Hit : 1514
공포방 살리기 프로젝트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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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위 리조트 아르바이트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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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하기엔 이야기가 너무 길고 다른 사이트에도 이미 올라온 괴담이라 퍼왔어. 번역이 시간도 노력도 너무 많이 들어가다보니 기존에 소개되지 않은 글을 번역하고 올라와 있는 글은 기존 번역글을 소개할게. 냔들의 많은 양해 부탁해)


승려는 B의 짐을 전부 맡아두겠다며 나와 A에게도 짐을 달라고 했다.
난 핸드폰과 지갑을 건넸고 여행가방에서도 주머니를 꺼내 처분해달라고 부탁했다.
승려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한번 B에게 대나무통의 물을 먹였고 그 물을 뿜었다.
그리고 우리 셋이 귀당으로 들어가자
 
 
승려: 절대로 이 문을 열어서는 안됩니다. 모두 본당에 모여있겠지만
      내일 아침까지 아무도 이곳에 오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벽 너머에 있는 것들과 절대로 말을 해서는 안됩니다. 귀당 내에서도
      말을 해서는 안됩니다. 자신이 있는 위치를 절대로 알려서는 안됩니다.
      지금 일러드린 것들을 반드시 잊지 말고 지켜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곤 우리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우리는 고개를 끄덕이는 걸로 대답을 대신했다.
이미 말을 해서는 안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던 것이다.
승려는 우리를 다시 한번 확인하고는 문을 닫고 아무 말 없이 그대로 가버렸다.
 
 
귀당 안은 차가웠다.
사실, 물도 밥도 안 먹고 견뎌야 한다는 것이 불안하기도 했지만 막상 들어와보니
하룻밤 정도는 견딜 수 있을 것도 같았다.
방 건물 자체는 무지 허름했고 곳곳에 틈새도 있었다. 아주 작은 틈이었지만.
아직 낮 시간이었기 때문에 바깥의 햇살이 그 틈새로 새어 들어왔고
A와 B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서로 얼굴을
보고 있으면서도 아무 말도 하면 안 되는 상황은 처음이었다.
난 ‘괜찮아’란 의미를 담아서 고개를 끄덕여 보였고 A와 B도 고개를 끄덕였다.
 
 
 
시간이 지나면서 서로 얼굴을 보는 것이 줄었고 급기야는 각자 다른 방향으로 앉았다.
이야기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안타까움 속에서 앞으로 얼마나 더 있어야 하는 지
알 수 있는 방법도 없었다. 그냥 그렇게 있는 것 밖에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대책 없는 시간이 지나가는구나 싶었지만 아직도 바깥은 햇살이 밝았다.
그런데 A가 뭔가 부스럭부스럭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뭘 하는 건가 싶어서 더 큰 소리를 내기 전에 막으려고 A를 돌아보는데
A가 펜과 종이를 꺼내서 들어 보였다.
이 인간……주의사항을 들은 건지 안 들은 건지 펜을 몰래 가지고 들어왔었나 보다.
게다가 종이는 껌 종이였다. 메모지 같은 걸 가지고 다닐 리 없으니 껌 종이겠지만.
그게 문제가 아니라 이놈 제정신인 건지 의심스러웠다.
 
 
그러나 의사소통이 불가능한 상태에서 마음이 불안해져 있던 탓에
A가 하는 행동을 막지 않고 있었다.
오히려 한 가닥 빛이라고 해야 하나……잘 설명할 순 없지만
 상당히 안도감을 느꼈던 것은 사실이다.
A는 종이에 무언가를 적더니 내게 건넸다.
 
 
[너네 괜찮아?]
 
 
난 A에게서 펜을 받아 되도록 작은 글씨로 여분의 공간을 남기면서 적었다.
 
 
[아직까진 견딜만해. B는?]
종이와 펜을 B에게 건넸다.
 
 
[나도 아직은 괜찮아. 아무것도 안 보이고 안 들려.]
A에게 종이와 펜을 돌려주었다. 그렇게 우린 필담을 시작했다.
 
 
A: 껌 4개. 포장지 은박지 다 해서 8장. 아껴 써.
나: 알았어. 밤 되면 안보이니까 밝을 때 얘기하자.
B: 응.
A: 지금 몇 시야?
나: 몰라.
B: 한 5시?
A: 우리 여기 한 1시쯤에 왔어.
나: 그럼 한 4시 됐나 보네.
B: 이제 겨우 3시간 지난 거냐.
A: 지겨워.
 
 
그렇게 별 내용 없는 대화로 한 장을 다 썼다.
그리고 A가 다시 말을 적었다.
 
 
A: ○○. 너 너무 글씨 커.
 
 
난 A에게 미안하다는 몸짓을 했다.
그리고 펜과 종이를 받아 [배고파]라고 적어 B에게 건넸다.
B는 읽기만할 뿐 아무것도 쓰지 않고 A에게 넘겼다.
A는 [나도]하고 적어 다시 나에게 주었다.
그렇게나 답답하고 침울하더니 막상 이야기를 하게 돼도 별 말이 안 나왔다.
난 아직 해가 남아있을 때 해야만 하는 말을 적었다.
 
 
나: 무슨 일이 있어도 마지막까지 힘내자.
B: 응.
A: 나 소리지르면 어떡하지?
나: 뭐라도 입에 물고 있어.
B: 물고 있을 만한 게 어딨어?
A: 옷?
나: 야, 됐어. 아무 일도 안 일어나. 그렇게 믿자.
 
 
B는 내가 써놓은 말에 아무 대꾸가 없었다.
나도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썼다는 생각이 들었다.
승려는 아무 일도 없을 거라는 말은 한 적이 없다.
오히려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 지를 알고 있는 듯한 말투로
우리에게 이것저것 충고를 해주었다.
 
 
그런 생각이 들자 우리는 그저 제발 시간이 빨리 흘러가기만을 바라게 되었고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점점 밤이 다가오는 것이 너무나도 무서웠다.
아니, 솔직히 밤뿐만이 아니라 그냥 그러고 있던 시간 자체가 너무 무서웠다.
유일한 위안은 서로의 존재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것뿐이었다.
그렇게 내 말 한마디 때문에 분위기가 갑자기 무거워졌다.
난 어떻게든 분위기를 바꿔보려고 B에게서 종이와 펜을 받아서
 
 
나: 아무 말이나 해봐. 시간 아깝다.
라고 적어 A에게 주었다. 결국 A에게 떠넘기고 말았다.
A는 순간 난감한 내색을 했지만 잠시 뒤 말을 적어서 내게 주었다.
 
 
A: 집에 가면 뭐할까?
나: 오! 난 제일 먼저 비디오가게.
B: 왜?
나: DVD 반납하는 거 잊어버렸어.
A: 며칠 연체야 도대체?!
 
 
거짓말이었다. 무슨 말이던 해서 기분을 바꾸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그게 효과가 있었는지 분위기는 조금 밝아졌고 A도 B도
돌아가면 뭘 하고 싶은지 종이에 적으며 대화를 했다.
 
 
그렇게 우리는 조금이나마 잔잔한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종이가 얼마 남지 않게 되었을 때 B가 무언가를 적었다.
 
 
B: 아까 하지 말라고 말 들었던 거 난 꼭 다 지킬 거야. 죽기 싫으니까.
 
 
나와 A는 B의 마지막 다짐을 바라보았다.
난 ‘죽기 싫다’라는 말을 이 정도로 진심 어리게 한 적은 없었다. 아마 A도 그럴 것이다.
지금까지 죽는 다는 것을 심각하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으니까. 나와는 먼 일이었으니까.
그런데 지금 바로 눈 앞에 그 말을 진심으로 하는 사람이 있다. 그건 꽤나 충격적이었다.
난 B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았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 뒤론 아무런 대화도 없었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고독한 느낌은 들지 않았다.
서로의 존재를 느끼고 확인하면서, 이제 슬슬 해가 지고 있음을 알았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가만히 있었더니 매미의 울음소리가 시끄러웠다. 그러나
그것도 서서히 익숙해져서 나중에는 별 신경이 안 쓰였다.
하지만 뭔가의 위화감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귀를 가만히 기울이자
매미소리 이외의 다른 소리가 섞여 있는 것이 들렸다.
 
 
더욱 신경을 집중했다. 그 소리는 점점 뚜렷해져 가고 있었다.
그리고 순간 확신에 가까운 느낌이 스쳤다. 여관에서 들었던 그 숨소리라는 것이.
난 B를 보았다. 어두워서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아직 눈치채지 못한 것 같았다.
B에게는 안 들리는 건가?
그러고 보니 B가 숨소리에 대해 말한 적이 있던가?
혹시 들은 적이 없나? 아니면 단지 지금 못 듣고 있는 건가?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얼굴도 몸도 굳어있는 나를 발견한 B가 급히 주변을 두리번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시선이 한 곳에 멈추었다. 내 어깨뒤쪽을 보는 것 같았다.
순간 B의 눈이 확 커지면서 흰자위가 넓게 드러났다.
A도 B를 보고 얼른 내 쪽을 보았지만 A에게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듯 했다.
 
 
난 무서워서 뒤를 돌아볼 수가 없었다. 하지만 숨소리는 확실하게 들려왔다.
‘그것’이 내 뒤에 있음을 알았다. 아무 움직임도 없이, 그저 숨소리만
‘후- 후-‘ 하고 내뱉고 있을 뿐이었다.
 
 
한동안 그렇게 소리가 들리더니 이번에는 우리가 있는 귀당 주변을 무언가
지익- 지익- 끌고 다니는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A에게도 들리는 것인지 급하게 내 팔을 붙잡았다.
그 소리는 귀당 주변을 빙빙 돌았고 간간이 들리는 숨소리는
‘후욱- 흐엑….으그극……’ 하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소리가 중간중간 섞여있었다.
 
 
팔을 통해 A의 심장이 쿵쾅거리는 게 느껴졌다. B를 확인할 여유는 없었지만
똑같이 두려워하고 있을 게 뻔했다. 우리는 완전히 굳어있었다.
난 두려움에서 도망치기 위해 귀를 막고 눈을 꽉 감았다. 그리고
‘제발!….제발……저리 가!….’ 하고 마음속으로 빌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난 것인지. 불과 몇 분 안 되는 시간이었을 수도 있고
생각보다 긴 시간이었을 수도 있다.
살짝 눈을 떠 주변을 둘러보았다. 귀당 안은 완전한 어둠이었고
거의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소리도 어느 틈엔가 사라져 있었다.
 
 
두려움에 긴장은 풀리지 않았다. 그것이 어딘가에 아직 있는 것인지
아니면 사라진 것인지 판단이 서지 않아 움직일 수가 없었다.
시야를 가득 채운 깊은 어둠은 또 다른 공포를 만들었다.
눈을 찡그리며 자세히 보았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거기 있어?’, ‘괜찮아?’ 하고 말을 걸어볼 수도 없다.
다만 A는 여전히 내 팔을 붙잡고 있었기 때문에 옆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난 B가 너무 걱정되었다. B는 분명 무언가를 보았다.
캄캄한 가운데 필사적으로 B를 찾아보았지만 보이지 않았다.
난 A를 왼손으로 옮겨 잡고 B가 있었던 방향으로 A를 데리고 천천히 이동했다.
최대한 소리를 내지 않고 A가 놀라거나 하지 않게 조심하면서.
의사소통도 안 되는 이 어둠 속에서 누구 하나라도 공포에 흥분해버리면 끝장인 거다.
 
 
어디 있는 건지 도무지 감이 오지 않아서 A는 왼손으로 잡은 채
오른손을 앞으로 뻗어 천천히 저으며 나아갔다.
그러다가 순간 손끝에 무언가 딱딱한 것이 닿았다. 가슴이 철렁했다.
손에 닿는 감각으로 그것이 벽이라는 걸 알았다.
이상하다? B가 있던 쪽으로 왔는데 B가 없다……
난 당황했다. 다시 벽에서 떨어져 천천히 나아갔다. 그러나 또 벽에 막혔다.
 
 
어찌해야 할지 몰라 눈물이 날 것 같았다.
‘B! 어디 있어?!’라는 말을 몇 번 삼켰는지 모른다. 아무 판단이 서지 않아
그 자리에 서서 A의 팔을 꽉 붙잡고 있을 뿐이었다.
그러자 이번에는 A가 내 팔을 잡고 나아가기 시작했다.
 
 
먼저 벽에 도달한 A는 내 손을 벽에 닿게 했다. 그리고는 벽을 따라 천천히 걸었고
귀퉁이에 닿자 벽을 따라 방향을 바꿔서 또 나아갔다.
그렇게 둘이서 나란히 걷고 있는데, 앞에서 걷던 A가 갑자기 멈춰 섰다.
그리곤 내 손을 잡아 끌어 무언가 따뜻한 것에 닿게 했다.
그것은 가늘게 떨고 있는 사람의 감촉이었다.
난 순간 B를 찾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바로 뒤이어서
‘이게 정말 B가 맞아?’ 하는 의문이 들었다.
 
 
잘 생각해보면 A도 마찬가지다. 아까부터 내 팔을 잡고 있던 게 정말 A가 맞는 건가?
난 어둠과 불안감에 휘말려 판단력이 흐려지고 있었다.
내가 아무 반응 없이 서있자 A는 다시 내 팔을 잡고 걷기 시작했다.
난 천천히 따라갔다. 그러자 정말 미약했지만 빛이 감지되었다.
의아한 마음에 주변을 살피자 벽에 나있는 작은 틈새에서 밖의 달빛이
희미하게 새어 들어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A는 그곳으로 우리를 데려가려고 했던 것이다.
왜 빨리 알아차리지 못했던 것인지 지금 생각해도 모르겠다.
정신을 차리고 어둠에 눈이 익숙해지면 약간이나마 볼 수 있는 정도였지만
아깐 그럴 상황이 아니었다. 정말 캄캄했었다.
아무튼 난 그 빛을 보고 다시 살아난 느낌이었고 A에게 감사했다.
나중에 들은 말인데
 
 
A: 난 아무것도 안 보이고 안 들리던데? 아, 뭐 질질 끄는 소리 같은 건 들었다.
   그래도 그 덕에 너네보다는 좀 더 여유가 있었던 거겠지.
 
 
대단한 놈이라고 생각했다.
빛이 있는 곳까지 와서 보자 A의 반대편 손에는 B의 팔이 잡혀 있었고
달빛에 비친 B의 얼굴은 땀과 눈물로 흥건히 젖어있었다.
뭘 보고 뭘 들은 건지 물을 것도 없었다.
밤은 낮하고는 달라서 너무나 적막했고 멀리서 벌레 우는 소리가 들려왔다.
우리는 한동안 그렇게 있었다.
창피한 소리지만 셋이서 둥그렇게 앉아 서로의 손을 잡고 있었다.
그게 제일 안심되는 형태였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작은 빛으로나마 서로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어서 아까까지와는 전혀 다른 공간이 되어 있었다.
 
 
얼마간을 그렇게 견디고 있었더니 기어이 예상하던 일이 벌어졌다.
A가 화장실이 가고 싶어진 것이다.
생리현상이니 절대 피할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은 했었다.
A는 바지 주머니에서 승려에게 받은 천으로 된 주머니를 주섬주섬 꺼내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조금 떨어진 곳으로 갔다.
조용한 가운데 A가 내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뭔가 살짝 웃긴 느낌이 들어서 나와 B는 서로를 마주보며 히죽히죽 웃었다.
그때였다.
 
 
“B…...”
 
 
순간적으로 호흡이 멈추며 긴장감이 머리끝까지 차 올랐다.
그리고 또 다시 들려왔다.
 
 
“B…...”
 
 
소리는 귀당의 문 바로 너머에서 들리고 있었다.
 
 
“….B……”
 
 
우린 그 목소리가 누구의 것인지 금새 알았다……미사키였다.
 
 
“….B. 주먹밥 좀 만들어 왔어요……”
 
 
귀당 안의 낌새를 살피려는 듯이 천천히 간격을 두며 말하고 있었다.
억양이 전혀 없는 기계 같은 톤이었다.
옷깃을 쥔 B의 손에 힘이 들어가는 것이 보였다.
 
 
“B……”
“……..”
 
 
그리곤 한동안 잠잠했다. 그러더니 갑자기 한꺼번에 쏟아내듯이
 
 
“B. 주먹밥 좀 만들어왔어요. 어서 오세요. 주먹밥 좀 만들어왔어요.
B. 어서 오세요. 주먹밥 좀 만들어왔어요. B. 주먹밥 좀 만들어왔어요.”
 
 
똑 같은 말을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반복했다.
순간 정신이 아찔해졌다.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미사키의 목소리인데 너무나도 무서웠다.
승려는 우리에게 귀당에는 아무도 오지 않을 거라고 말했다.
그리고 이 상황인 것이다. 바깥에 있는 건 절대로 미사키일 리가 없었다.
A는 어느 샌가 돌아와서 나와 B의 팔을 꼭 붙들고 있었다.
손에 엄청 힘이 들어가 있는 것이 A에게도 들리는 모양이었다.


우리 셋은 귀당의 문 쪽을 바라보며 움직일 수 없었다.
목소리는 여전히 같은 말을 반복하고 있었다.
 
 
“어서 오세요.”
“B.”
“주먹밥 좀 만들어왔어요.”
 
 
그러더니 급기야 귀당의 문이 덜컹덜컹 흔들리기 시작했다.
억지로 열고 들어오려는 것이다.
난 순간적으로 머리가 바빠졌다.
만약 문이 열리면 어떡하지? 안으로 들어오면?
곧바로 도망쳐야 하나? 다들 본당에 있을 거라고 했으니까
일단 본당까지만 도망치면 안전한가? 근데 본당이 어디지……?? 하며
여기서 어떻게 도망칠 지만을 생각하고 있었다.
 
 
문 밖에서 놈은 이제 쾅쾅 하고 문에다 몸을 들이받고 있었다.
여전히 똑 같은 말을 되풀이하면서.
그러면서 조금씩 귀당의 왼편으로 이동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는 다시 같은 말을 반복하고 또 왼쪽으로 이동한다. 계속 그 반복이었다.
 
 
‘뭐하는 거지?’
상황을 열심히 파악하던 중 난 어떤 사실을 깨달았다.
우리가 있는 벽에는 틈새가 있다. 그리고 놈은 서서히 이동하고 있다.
만약 놈에게 틈새로 우리 모습이 보이면? 우리가 놈을 보게 된다면?
생각이 거기에 미치자 도저히 그 자리에 있을 수가 없었다.
난 둘을 데리고 귀당의 중앙으로 서둘러 이동했다.
 
 
놈은 지금도 움직이고 있다. 천천히….하지만 확실히.
난 심장소리마저도 멎어주길 바랬다.
놈에게 들키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이 안에 있다는 건 이미 아는 지도 모른다.
공포에 이가 딱딱 부딪히기 시작한 나는 내 손가락을 물었다.
그리고 난 결국 틈새까지 접근한 그 놈의 모습을 보고 말았다.
 
 
달빛에 비친 그 얼굴.
지금까지 소리로만 인지했던 녀석의 모습.
새까만 얼굴에 가느다랗게 뜬 눈으로 정면만을 보고 있었다.
그리고 벽에 몸을 부딪히는 소리라고 생각했던 것은
녀석이 벽에 머리를 부딪히는 소리라는 것을 알았다.
놈의 얼굴이 순간 사라진다. 그러더니 엄청난 기세로 벽에 쾅! 하고 부딪힌다.
벽에 머리를 부딪히는 그 순간에도 눈을 똑바로 뜨고 있는 그 놈에게서
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가위눌림은 아니었다. 실제 덜덜 떨고 있기도 했으니까.
그저, 이제껏 본 적도 없던 광경에 정신을 빼앗기고 있던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머리를 부딪혀가면서도 계속해서 같은 말을 반복하고 있는 녀석은
평범한 사람의 감각으로써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것이었다.
결국, 놈은 우리를 보지 못한 것인지 머리를 몇 번 더 부딪히고는
더욱 왼쪽으로 이동했다.
 
 
다시 쾅쾅 소리가 들려왔고 좀 전에 보았던 모습이 겹쳐지면서
놈이 밖에서 벽에 머리를 박아대는 모습이 상상되었다.
사실 녀석이 얼마나 그곳에 있었는가는 전혀 가늠이 되지 앉는다.
잔상과 현실이 전혀 구분되지 않는 상태였다.
나중에 듣기로는 녀석이 사라지고 완전히 조용해진 뒤
셋 다 아무 말 없이 앉아있었다고 한다.
A는 경계심 때문에, B는 공포심 때문에
나는 머릿속에 아직 그 상황이 이어지고 있었기 때문에.
 
 
A가 빛이 들어오는 곳으로 다시 우릴 데려가기 위해 내 팔을 잡았을 때
몸이 완전히 굳어있던 탓에 순간 죽어있는 줄 알았었다고 한다.
진짜로 사후경직인줄 알았다면서.
B도 무서움에 너무 이를 꽉 물어서 임에서 피를 흘리고 있었다고 한다.
A는 이번에도 놈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던 모양이다.
또 놈은 사라지는 순간에 마치 까마귀처럼
‘깍- 끄악-‘ 하고 괴성을 질렀다고 한다. 그건 A 혼자 들었다.
 
 
그 후에도 녀석이 한번 더 나타나는 바람에 우린 긴장을 늦출 수가 없었다.
가만히 고개를 숙인 채로 버티면서 서로 눈을 마주치는 일도 없었다.
B는 소변을 어떻게도 처리하지 못하고 그냥 싸고 말았지만
나와 A는 그것이 아무렇지 않았다.
밤이 그렇게 길게 느껴진 것은 처음이었다.
그렇게 서로의 초췌해진 모습을 본 것도 보인 것도,
사람이 아닌 것을 직접 본 것도. 모든 것이 선명하게 지금껏 기억 속에 남아있다.
 
 
귀당에 빛이 새어 들어오면서 날이 밝았다는 것을 알았지만
우린 얼굴을 들지 못하고 계속 그렇게 앉아있었다.
작게 들려오는 새소리도 저 멀리서 조그맣게 들려오는 아침의 마을 소리도
모든 것이 내 가슴을 파고들었다.
여기서 정말 살아나갈 수 있을까? 진심으로 걱정되었다.
 
 
확실하게 태양 빛이 귀당안으로 새어 들 무렵
멀리서 이쪽을 향해 다가오는 발소리가 들렸다.
우린 또 다시 긴장감에 몸을 움츠렸다.
발소리는 귀당 바로 근처까지 와서 뒤편으로 돌더니 문 앞에서 멈추었다.
숨을 죽이고 기다리자 철컥철컥 소리가 나고 문이 열렸다.
그곳에 서있던 것은 승려였다.
승려는 우리를 보고 곧 울듯한 얼굴로 말했다.
 
 
승려: 잘 견디셨습니다……!
 
 
난 그 순간의 승려의 눈을 아마 평생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정말로……마음을 감싸주는 눈이었다.
난 창피하게도 다리가 풀려 움직일 수 없었고 심지어 엉엉 소리 내어 울었다.
승려는 우리의 땀과 소변으로 범벅이 된 귀당에 주저 없이 들어와선
우리를 하나하나 안아주었다.
그때 승려에게서 뭔가 그리운 기분이 드는 향 냄새가 나서
‘아, 우리 지금 살아있구나!’ 하는 실감이 들었다.
난 다시 한번 어린애처럼 울었다.
 
 
한동안을 그렇게 있었지만 아직 일어날 수 없었다. 그러자 승려는 아저씨들을
데려와 주었다. 양쪽으로 아저씨들의 부축을 받으며 어제 들렀던 집으로 갔다.
도중에, 올라올 때 보았던 큰 절의 옆을 지나가는데 갑자기 비명소리가 들렸다.
낮게 으르렁대는 듯한….그러다가 갑자기 높아지는 비명소리였다.
 
 
현관 앞까지 왔을 때 A가 속삭였다.
 
 
A: 아까 그거……아줌마 목소리 아냐?
 
 
설마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듣고 보니 아줌마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거기에 신경 쓸 겨를이 없을 정도로 지쳐있던 나는 당장이라도 집 안으로
들어가고 싶었다. 안에서 여자가 나오더니 심하게 불쾌하단 표정으로 우리를 보며
 
 
“당장 욕실로 들어가!”
라는 것이다.
뭐 하기야……당시 우린 말도 못할 정도로 냄새가 풀풀 났으니까.
 
 
그리고 우린 셋은 사이 좋게 욕실에 들어갔다.
아직은 무서움이 남아 혼자 있을 용기가 나지 않았다.
 
 
목욕을 마치고 나오자 어제의 그 방으로 안내되었고
방 안에는 이불이 깔려있었다. 일단 자라는 소리 같았다.
이 곳은 안전하다는 기분이 마음 속에 있었고 극도로 지쳐있던 탓도 있었다.
생각할 틈도 없이 몸이 먼저 이불로 파고들었고 우린 그대로 기절했다.
 
 
난 잠에 빠지면서 정말 사소한 생각이 들었다.
 
 
‘일어나면 그 녀석들한테 우리 간다고 전화해줘야겠다……’
 
 
여행에 대한 기대를 잔뜩 가지고 준비하고 있을 그 녀석들은
우리가 지금 이런 꼴을 겪고 있다는 걸 알 리가 없을 테지.
물론 여행은 시작도 못하고 쫑이라는 것도……
그러고 보니 귀당을 나오면서 B에게 물었었다.
 
 
나: 이제……안 보이냐……?
 
 
그러자 B는 확실한 어조로 대답했다.
 
 
B: 응! 안 보여!……살았어……고마워……
 
 
난 그 말을 듣고 B가 오줌을 지린 것은 비밀로 해주기로 했다.
우리는 살아남았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했으니까.
그 후 잠에서 깬 우리들은 승려로부터 이번 일의 진상을 듣게 되었다.
그리고 인간이란 생물의 무서움과 신념이 가지는 힘이 낳은
초자연적인 사건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
 
 
우린 승려의 목소리에 잠에서 깨었다.
 
 
승려: 여러분. 일어나세요.
 
 
항상 잠 깨는 걸 힘들어하는 A를 두들겨 깨워서 승려 앞에 나란히 앉았다.
 
 
승려: 여러분. 어제는 정말로 잘 견디셨습니다. 덕분에 무사히 제령을 마쳤습니다. 
 
 
승려는 온화하게 웃으며 말했다.
우린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를 몰라서 어정쩡한 미소만 짓고 있었다.
물어보고 싶은 것이 그렇게도 많았는데 한마디도 나오지 않았다.
승려는 우리의 심중을 읽은 것인지
 
 
승려: 여러분에게 모든 걸 이야기하겠습니다. 먼저 보여드리고 싶은 게 있습니다.
 
 
승려는 자리에서 일어나 우리를 데리고 다시 절로 올라갔다.
돌계단을 올라가면서 B는 두리번거리며 주위를 경계하는 듯한 눈치였다.
그걸 보고 나도 덩달아 지난 밤에 본 광경이 떠올라 주변을 살폈다.
그것을 눈치 챈 승려가 우리에게 물었다.
 
 
승려: 이제 괜찮을 것입니다. 안 그런가요?
B: 괜찮아요. 아무 것도 안 보여요.
나: 저도 괜찮아요.
 
 
대답을 들은 승려는 빙긋이 웃어 보였다.
큰 절에 도착하자 그곳이 본당이라고 알려주었다.
승려를 따라 절 건물 옆에 나있는 입구로 들어가서
밑에 있던 집의 객실과 크기가 비슷한 방에 들어가게 되었다.
승려는 우리에게 이곳에서 잠시 기다리라고 말하고는 방을 나갔다.
B는 아직 진정이 되지 않는 것인지 무릎을 까딱거리고 있었다.
 
 
잠시 뒤 승려가 작은 나무상자를 가지고 돌아왔다.
그리고 우리의 맞은 편에 앉아
 
 
승려: 이번 일의 발단을 보여드리겠습니다.
 
 
승려는 상자의 뚜껑을 열었다.
셋이서 목을 빼고 상자 안을 들여다보았다. 상자 속에는 버섯을 바싹 말린 것 같은
검고 작은 물체가 천으로 싸여있었다.
‘뭐야 기에……?’ 자세히 들여다 보았지만 뭔지 모르겠다.
그러다 왠지 어디서 본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난 잠시 생각하다가 확 하고 떠올랐다.
 
 
내가 어렸을 적에 엄마가 수납장의 서랍에서 조심스럽게 나무상자를 가져온 적이 있었다.
그리고 내용물을 내게 보여주었었다. 매우 기쁜 듯한 얼굴로.
상자 안에는 천에 싸여있는 작고 검은 물체가 있었고 그게 뭔지 몰랐던 나는
엄마에게 그게 뭐냐고 물었다. 그러자 엄마가 대답했다.
 
 
엄마: 이건 탯줄이라고 하는 거야. 엄마랑 ○○가 이어져있었던 증거.
 
 
난 어린 마음에 ‘이런 걸 왜 가지고 있지?’ 하고 생각했다.
지금 보고 있는 그것은 어릴 적 보았던 탯줄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A: 이게 뭐에요?
승려: 탯줄입니다.
A: 처음 보네.
B: 난 본 적 있어.
나: 나도.
승려: 여러분. 부모님께서 보여주셨나요? 간직하고 계시는 분도 많으니까요.
      이 탯줄도 정말로 소중하게 보관되고 있던 것이랍니다.
 
 
우린 잠자코 승려의 이야기를 들었다.
 
 
승려: 엄마의 뱃속에서 아기는 엄마와 탯줄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요즘은
      출산과 유대의 기념으로 간직하시는 분이 많습니다. 탯줄에는 여러 가지
      말들이 전해지고 있는데 옛날에는 그것을 믿는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B: 전해지는 말이요?
승려: 그렇습니다. 옛날 사람들은 그런 전설 같은 걸 아주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요즘 세상에는 그저 미신으로 치부될 뿐이지만요.
 
 
그렇게 말을 시작한 승려는 탯줄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들려주었다.
아이를 지킨다’는 것이 주된 의미인 것 같지만 해석은 갖가지라며
아이가 심하게 아플 때 달여서 먹이면 목숨을 구할 수 있다던가
아이에게 지니게 하면 아이의 생명을 위험에서 구해준다는 등의 말들이 있는데
부모가 자식을 지키고 싶어하는 마음이 담겨있다는 것이 공통점이었다.
우리는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흐-음.’ 하고 맥없는 반응을 했다.
승려는 호흡을 고르더니 슬며시 미소를 지었다.
 
 
승려: 이 지역의 옛날 이야기를 하나 해드리겠습니다.
      이번 일에 관련된 이야기로서 들어주셨으면 합니다.
 
 
우린 고개를 끄덕였다.


(계속)


퍼온글 출처: 솔개의 일본괴담 모음 http://blog.n★ver.com/PostView.nhn?blogId=pluskym&logNo=150188779830
원글 출처: http://occugaku.com/archives/2745187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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