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드] 상은 구하이의 상처 上
IP :  .235 l Date : 16-04-30 06:43 l Hit : 9955
(스후이 사건 이후 재결합한 뒤의 나날들.
몇 가지 물건을 챙기러 구하이 본가에 들른 두 사람.
구하이가 짐을 싸는 동안, 바이루인은 집안 구석구석을 돌아본다.
낡은 사진 속의 어린 구하이는 하나같이 차가운 무표정을 하고 있다.
오직 엄마의 품에 안겨 있는 사진 단 한 장에서만 바이루인은 구하이의 미소를 찾을 수 있었다.
그만 돌아가자는 바이루인의 말에 구하이는 잠시 주저하다가, 엄마 방에 잠깐 있다 가도 되겠냐고 묻는다.
바이루인은 구하이에게 혼자만의 시간을 주기 위해 먼저 차에 가서 기다린다.)


집으로 가는 길에 구하이가 물었다.
“뭐 먹고 싶어?”
바이루인은 생각해봤지만 딱히 떠오르는 게 없어 간단히 대답했다.
“아무거나.”
“국수 어때?”
바이루인은 고개를 푹 숙이고 미간을 찌푸렸다.
“메뉴 좀 바꾸면 안돼? 내가 너네집 들어오고나서부터 열에 아홉 번은 면식하는 것 같다.”
구하이가 핸들을 두드리며 열성적으로 말했다.
“이번엔 다를 거야, 지금까지는 완제품을 사서 데우기만 했잖아.
이번엔 이 몸이 직접 반죽해서 면까지 뽑을 거라 이 말이야.”
바이루인은 한동안 서글프게 눈을 감고 있다가 말했다.
“우리 그냥 국수 사다 먹으면 안돼?”
구하이는 고집을 부렸고, 바이루인은 그의 극성을 말릴 수 없었다.
수틀리면 뭔짓을 할지 모르는 놈이니 ‘그래, 니가 한 거 먹고 싶다.’고 대답까지 하고 말았다.

집에 도착했을 땐 점심 시간이었다.
가가호호 점심밥 짓는 냄새가 진동을 했고, 바이루인은 집에 들어가기 싫을 지경이었다.
구하이는 신이 나서 부엌으로 들어갔다.
바이루인은 거실에서 컴퓨터를 하고 있었다.
그때 부엌에서 엄청난 굉음이 들렸고, 바이루인은 깜짝 놀라 심장마비가 올 뻔 했다.
아니, 접심밥 기다리는 게 목숨까지 걸 일이야?
“인즈!”
구하이가 외쳤고, 바이루인이 달려갔다.
문이 닫혀있었다. 문을 밀고 들어간 바이루인은 더욱 더 경악했다.
싱크대, 도마, 가스렌지, 선반할 것 없이 온통 하얬다.
구하이의 옷, 신발, 목덜미, 얼굴... 온통 밀가루 범벅이었지만, 정작 그릇은 텅 비어있었다.
“나 왜 부른 거야?”
바이루인이 어리둥절하게 구하이를 바라봤다.
구하이가 밀가루 범벅이 된 손을 흔들었다.
“이거 봐라, 나 반죽 다 했다!”
“…”

바이루인이 다시 부엌으로 들어갔을 때, 구하이는 요리를 시작하고 있었다.
조리대에 널린 국수면을 보고 바이루인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비록 일정하지 않고 서툰 모양이었지만 국수처럼은 보였다.
바이루인의 눈은 기쁨의 빛을 감추지 못했다.
아... 진짜 가닥 가닥 떨어진 면이야!
질척거리는 반죽도 아니고, 덩어리도 아니고, 밀가루 범벅도 아니고... 진짜 면이라고!
바이루인이 면을 집어 들었다.
반토막으로 툭 끊어졌다.
구하이는 의연하게 따졌다.
“뭐하는 거야? 면을 그따위로 집으면 어떡해?”
“면을 ‘제대로’ 집는 건 또 뭔데?”
바이루인이 반격했다.
“저우 아줌마는 아무렇게나 막 집어도 한 번도 끊어진 적 없었거든?”
구하이가 호랭이 눈을 굴리며 말했다.
“니 그 허접한 아마추어의 눈으로 봤을 땐 물론 아무런 차이도 느껴지지 않겠지.
그러나 나처럼 숙련된 달인은 말이지, 됐고, 보거라, 이렇게 집는 것이다.”
말하면서 구하이는 그릇에서 면을 한 줌 집어올렸다.
그러나 20센치도 안 되는 면발이 구하이의 손아귀에서 후두둑 끊어져 떨어졌다.
구하이는 기가 팍 죽었다.
바이루인이 구하이의 어깨를 토닥였다.
“그냥 난 아무것도 못 본 걸로 할게.”
구하이가 떠나는 바이루인의 등에 대고 외쳤다.
“야, 돌아와! 이번엔 실수였단 말이야!”
아래층에서 맛있는 냄새가 올라왔다.
바이루인은 창문을 닫아버렸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아래층으로 뛰어내릴 것 같아서.

10분이 더 흘렀다.
요리가 다 됐을 거라 여기고, 바이루인은 부엌 문을 두드렸다.
“다 됐어?”
구하이는 미친듯이 기침을 해대느라 노크 소리도 듣지 못했다.
바이루인이 문을 열자, 매캐한 연기가 쏟아져나왔다.
구하이는 가스렌지 앞에서 한 손엔 후라이팬, 한 손엔 국자를 들고 연기 구름 위에 올라 바람을 부리고 있었다.
그 불지옥 속에서 그의 셔츠는 이미 불에 탄 듯 그을린 지 오래다.
“지금 대체 뭐하는 건데?”
바이루인도 연기 때문에 기침이 났다.
구하이는 못 들었는지 새까맣게 탄 후라이팬만 용맹하게 휘두르고 있었다.
저거 소스야?
바이루인은 면을 찾아 주위를 둘러봤다.
반나절이 지났건만 손톱만 한, 손가락만한 크기의 밀가루 덩어리들만 널려있었다.
그렇구나, 저게 바로 달인 구하이 선생이 만드신 ‘국수’라는 물질인가 보다.
“마음을 바꿨어!”
구하이는 진지한 표정으로 바이루인을 바라봤다.
그의 얼굴은 새까맣게 그을려 있었고, 눈썹까지도 전보다 더 까매보였다.
“니가 면 요리 싫다고 그랬잖아. 오늘의 메뉴는 밀가루 반죽 튀김이다!”
“…”

그날 밤, 무심결에 깬 바이루인은 침대에 앉아 담배를 태우고 있는 구하이를 발견했다.
서늘한 광대뼈가 달빛을 받아 반짝였고, 재떨이는 이미 꽁초로 꽉 차있었다.
바이루인은 구하이가 언제부터 저러고 있었던 건지 알 수가 없었다.
같이 잠자리에 들었고, 침대에 누울 때까지만 해도 늘 그렇듯 음흉한 장난끼가 어린 얼굴이었는데.
지금은 낯선 사람같다.
기척을 느낀 구하이는 담배를 비벼 끄고는 바이루인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깼어?”
“안 잤어?”
“아냐, 방금 일어났어.”
바이루인도 일어나 앉았다. 그리고 손을 내밀었다.
“나도 한 대 줘.”
“안돼, 잠 안 와.”
바이루인이 구하이를 응시했다.
“그런데 넌 왜 펴?”
“난 중독됐어.”
바이루인은 구하이의 말을 듣지 않고, 상체로 구하이의 몸을 누르면서 팔을 뻗어 담배갑을 쥐었다.
엉덩이에 올라온 구하이의 손을 무시하고 담배에 불을 붙였다.
흐릿한 연기가 바이루인의 입술에서 새어나왔다.
“무슨 생각하고 있었어?”
구하이는 가만히 눈을 감았다.
그러더니 장난스레 입꼬리를 올렸다.
“왜 국수면이 끊어졌을까?”
바이루인이 구하이를 노려봤다.
“밤새 그 생각하고 있었다고?”
구하이는 대답하지 않았다. 방안이 침묵에 잠겼다.

담배를 다 태우고서야 바이루인이 입을 열었다.
“엄마 생각했어?”
구하이의 눈빛이 굳었다. 마치 공기 중에 떠있던 물방울이 갑자기 얼어붙은 것 같았다.
바이루인은 담배를 끄고 덤덤하게 말했다.
“넌 말야, 정말로 힘든 일은 혼자서 버티지.
혼자 다 정리하고, 그 다음에야 나를 찾아. 위로가 필요한 척 하면서.”
구하이는 얼어붙었다.
바이루인이 두 팔로 구하이를 감싸 자기 품안으로 당기려 했다.
그러나 구하이는 굳은 채 꿈쩍도 하지 않았다.
결국 바이루인이 몸을 기울여 구하이에게 입을 맞췄다.
서늘한 기운이 바이루인의 입안으로 파고들었다.
아마 구하이가 그렇게 혼자 앉아 있은지도 꽤 오래 지났으리라.
바이루인은 구하이를 더 꽉 끌어안으며, 입술로 구하이를 녹였다.
마침내 구하이의 경직된 몸이 풀리고, 구하이도 온몸으로 바이루인을 마주안았다.
그제야 마음이 온통 짓눌렸던 바이루인도 조금 안도할 수 있었다.
어둔 방, 둘의 맨몸이 서로를 단단히 끌어안았다.

한동안 그대로 있었다.
그러다 바이루인은 구하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평소답지 않은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뭐라고 해야 좋을지 모르겠어. 나 말 예쁘게 못하는 거 알지.”
구하이는 억지로 웃음지었다. 그러나 눈에는 사랑이 그득했다.
“한 번 시도해 봐, 너한테서 예쁜 말 좀 들어보자.”
바이루인이 진지하게 물었다.
“내가 뭐라고 해줄까?”
구하이는 생각하는 척하더니 대답했다.
“이렇게 말해줘, 서방님, 서방님이 짱이에요!”
바이루인의 무릎이 구하이의 아랫도리를 찼다.
구하이가 신음했다. 바이루인은 이토록 간단한 방법으로 상대의 속내를 드러내게 만들었다.
“나 여기 있잖아.”
바이루인의 등을 맴돌던 구하이의 손길이 얼어붙었다.
사이를 두고, 바이루인이 반복해서 말했다.
“괜찮아. 나 여기 있어.”
구하이의 마음의 벽이 무너져내렸다. 감동이 내밀하게 쏟아져들어왔다.
이 순간 구하이에게 있어서 바이루인의 이 말보다 더한 위로는 없었다.
그의 인생이 심연에 잠겨 절망과 고뇌 속에 홀로 남겨졌을 때,
고통에 허우적대며 결코 벗어날 수 없으리라 여길 때,
영원히 스스로의 상처를 갉아먹으며 살아가리라 생각하는,
지금,
저 말들로 그의 고통스런 기억들을 봉인해놓은 자물쇠가 부서져버렸다.
비록 그것이 기억의 가장 어둔 지점을 건드리게 됨을 뜻한다 해도
이제 구하이에겐 그를 붙들어줄 두 손이 옆에 있는 것이다.
구하이는 바이루인의 입술을 깨물었다. 바이루인은 입술에 남아있는 짠 기운을 혀로 핥았다.
“아팠어?”
구하이가 바이루인 귓가에 속삭였다.
바이루인은 구하이의 목덜미에 입을 맞췄다.
구하이는 바이루인의 어깨를 가볍게 물었다.
“인즈. 내 평생 행복이라곤 네가 전부야.”
그런데 나머지 불행들이 다 아무렇지가 않아, 너의 위로만으로 모든 슬픔이 다 녹아버려.
“딱 너 하나 밖에 없어.”
사랑하기 때문에 아파오는 마음으로 바이루인은 이를 악물고 구하이의 말을 듣는다.
“...나 버리면 안돼.”
바이루인은 온몸이 떨려왔다. 자기도 모르게 구하이의 머리칼을 움켜쥐었다.

<하편>
http://www.oeker.net/bbs/board.php?bo_table=dramaworld&wr_id=971777&page=0&sca=&sfl=&stx=&sst=&sod=&spt=0&page=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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