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정보] 게임 기획자에서 이직을 결심하게 된 계기(스압)
IP :  .126 l Date : 14-10-15 16:14 l Hit : 6048
http://oeker.net/bbs/good_view.php?bo_table=game2&wr_id=1060722&page=1&bo_table_search=&qstr=

이 글을 읽다가 내 이야기를 써보려는 생각을 하게 되었는데

직업 이야기니 스펙업에 써보아


나는 뭐 제목 보면 알겠지만 게임 기획냔이야

MMO도 해보고 웹게임도 해보고 현재는 모바일에서 구르고 있지.

왜 게임 기획 일을 하냐고 누군가 물으신다면 당연히 '재미'를 기획하는 일이 좋아서 하는거지

솔직히 게임 기획은 연봉이 높은 편도 아니고 업무 강도는 인생 강도당하는 수준이고 개발자와 사업팀에게 욕은 더럽게 쳐먹으며

윗사람들이나 옆 부서나 누구나 참견할 수 있는 업무적 특성(개발이나 그래픽과 다르게 전문지식 없이도 다 감놔라 배놔라 가능하지)

이 있어서 스트레스가 심하지만 그래도 게임을 기획한다 라는건 '뭐가 재밌을까' '어떤 캐릭터가  좋을까' 같은 달콤한 생각을 할 수 있고

나의 생각이 체험 가능한 세계로 탄생하고 다른 사람들이 거기서 즐거움을 느낀다는 엄청난 쾌감을 주기 때문에 이 일이 매력 있다고

생각했어....적어도 그 생각이 작년 중반까지였던 것 같아.

카톡 시발에 모든 개발사가 목메기 전까지 랄까....


카톡 게임은 정말 매출이 어마어마해. 한시간에 1억 이상 버는 기록도 나오고..

게임 하나 잘 터지면 몇백억씩 당겨오게 되니까 다들 카톡카톡하게 되었지.


PC는 냔들도 알겠지만 지금 뭐...거의 없다시피해. 조금씩 개발은 있어도 접히는 경우가 워낙 많고...블레스 그 애증의 블레스는 언제나 나오려나...검은 사막이나 블레스 혹은 내년에 오픈한다는 파판이 터지면 시장에 변화가 조금은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MMO는 개발 시간도 너무 길고 돈도 엄청 들거든. 100억에 만들면 엄청 싸게 만들었다 뭐 이런 느낌이지.
그리고 그거 본전 뽑는데도 6개월~1년도 넘게 걸려, 그나마 본전 치면 다행이야.


카톡 게임은 만드는데 3~6개월이고 개발 비용도 10분의 1도 안되는 수준이지. 수익은? 하루에도 십억넘게 터져.
그게 단기적이지 않냐고? 쿠키런, 몬스터길들이기, 세븐나이츠, 모두의 마블 같은 것들을 보면 그렇지도 않아
그리고 우리나라 게임 해외 수출해서도 수익 잘나거든. 정말 황금알을 낳는 거위야.


그런데 카톡게임이 새우젖같은게 뭐냐하면 수익구조가 게임 재미보다 더 중요해.
그게 아니라 사실 게임 재미가 중요한게 아니라 수익이 중요해.


제일 먼저 생각하는게



1. 유저가 얼마나 지를 것들이 있느냐, 얼마나 끝도 없이 지를 수 있느냐 야

유저가 만원만 질러도 게임 완전히 재밌게 즐길 수 있는 게임 기획하면? 대표님 혈압 오르신다. 사업팀에서 그렇게 두지도 않지
핵심은 '끝도 없이 지를 수 있는 구조'야
그노무 가챠
예전에는 가챠가 하나만 들어갔는데 요즘은 가챠도 여기 저기 시스템에 다 쳐박고 심지어 그거를 강화까지 하는 시스템이 참 엿같지?
그 시스템이 게임의 뼈대야



2. 확실히 돈 쓰면 강해지는 기분을 느낄 수 있느냐

게임 만들 때 중요한게 돈 쓰면 돈 쓰는 만큼 강해지는 기분을 느껴야되. 돈 안쓰는 유저들은 여기서 필요해.
멸치가 있어야 그거 먹고 더 큰 물고기가 크고 그게 또 커야 그걸 잡수시는 상어님들이 씹는 맛이 나지 않겠어?
그걸 위해서 확실히 돈을 쓰면 강해지도록, 랭킹에서 순위가 확 올라가도록 해줘
이건 사실 게임 시스템을 완전 망치는거야. 게임은 '자신이 노력하면 강해진다', '시간을 투자하면 게임을 더 잘할 수 있다'라는 것이 기본이고 그것 때문에 현실과는 다르게 확실히 자신이 성장하는 맛에 사람들이 좋아했지.
지금 게임들은 현실이랑 똑같아. 니가 아무리 노력해봐도 돈 많은 애는 못이겨.


3. 요즘 먹힐만한 게임이냐
게임이 재미있느냐가 중요한게 아니야. 투자자는 말해 '몬스터 길들이기'같은걸 만들라고
자기는 몬스터 길들이기 재미없대. 그런데 요즘 뜨니까 그런거 만들래
그런 사람에게 중요한게 재미일리가 없지?
게임을 만들다보면 중간에 평가를 한단말야(알파 테스트니 베타테스트니 이런거)
이럴 때 중요한건 게임이 재밌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몬스터 길들이기나 세븐나이츠랑 비슷한가야



4. 계속 오래 할 수 있느냐
사람들이 해도해도 게임이란게 끝이 없어야된다 마사시발..
그래서 게임에 감동적인 스토리 구조나 크게 성취감을 느끼고 만족하고 유종의 미를 거둘만한 무언가를 둘 수가 없어
이걸 사람들이 6개월이고 1년이고 계속 해야하거든.
개발자도 이 게임의 끝을 몰라
이 게임의 끝은 수익성이 떨어졌을 때야.
그러다보니 게임이 다 '팡', '카드RPG' 이런 식으로 나오는거야



이런 것들이 게임 기획자가 생각하고 개발해야 하는 것들이야.
요즘 게임은 게임이 아니야. 하나의....유저들이 지르게 하는 마케팅 Tool 같은거라고 해야하나
그냥 도박이 차라리 낫다
끊임없이 사람들이 다른 사람에 비해 부족함을 느끼도록, 돈을 써야만 만족하도록, 돈을 써도 써도 또 쓰고 싶게 만들도록
하는게 게임 기획자의 역할이고 이걸 잘하는 기획자가 좋은 게임 기획자야


이제 내가 보는건 게임 기획에 관련된 기사나 '재미이론', '검과 회로', '좋은 시나리오 쓰는 법' 같은게 아니라

MAU, DAU, RU 같은 마케팅 쪽 KPI 지표들이야.

기획 면접을 보러가도 물어보는게 니네 게임 DAU 얼마였냐, 잔존율은 어땠냐, 매출 구조 어땠냐 이런 이야기들이지.


???재미???그건 아주 부가적인거야. 슬롯머신 디자인 같은 느낌이랄까.
그냥 적당히 있으면 되는거야. 다른 돈 많이 번 게임이랑 비슷한 느낌이면 되는거지.



그런데 이러면서도 게임 기획자는 사업 기획에 비해 솔직히 연봉도 많이 못받아. 인정도 많이 못받지.
전문성도 존중받지 못해.

사업팀에서 이렇게 하는게 더 낫다 이러면 그걸 지키기가 어려워. 그게 현실이야. 안그런 회사들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회사들이 그래.

이미 내가 하는 일이 게임 기획이 아닌데 내가 뭣하러 게임 기획자로 당하는 모든 일들을 감수해야 하는지 필요성을 못느끼게 되었고

맨날 하는 일이 마케팅적인 일이다보니 나도 마케팅에 관심을 가지게 되어서


이번에 마케팅으로 아예 직무를 옮기려고 해. 관련 대학원 준비도 하고 있지.


이미 우리 나라에서 게임 기획자는 게임 기획자가 아니고 게임은 게임이 아니야.


나 고포류(고스톱, 포커) 게임도 기획한 적 있었지만 그 때보다 더욱 사행성에 대한 환멸을 느끼게 되는게 요즘 모바일 게임 기획이야.


게임 기획에 대한 꿈이 있는 냔이 있을까 해서 글 남겨봐.



문제가 되면 이 글 내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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